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늘 말로 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분명 답답하고, 화가나는 일인데 정확하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불편하다고 호소하면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자존심이 센 '여자애' 정도가 됐다.


나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온전한 나를 나약하게 만든 상황들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려니

화가 나고 눈물이 왈칵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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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문풍지만 말고 있기에는 은영 어머니 손재주가 아깝지. 미술이나 공예나 뭐 그런거 한번 배워보세요. 잘하실 것 같은데."

 어머니는 이 나이에 뭘 배우겠느냐고 손을 내저으며 웃었는데, 그때 어머니의 나이가 서른다섯이었다.



이 문장에서 빠르게 스쳐가는 장면들이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젊으니까 하고싶은 것 다 해요.'한다.

물론 내가 보기엔 많은 나이지만, 

엄마는 항상 얘기한다. 그 시절 할머니는 지금 생각해보니 어렸다고.


그 시절 엄마는 얼마나 어렸나.

더 어린 나는 나를 종일학원에 보내고, 나에게 동생을 맡긴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엄마에게 서운했다.

왜 엄마에게만?








일기를 읽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익숙한 이야기들이었다.


잘 해내겠다고 누군가를 '안 될'사람으로 만들지는 않았나 반성했다.

사과해왔던 순간들이 문득 떠올랐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계속 생각하고 곱씹어서 잘못된 것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많이 공부하고 싶다.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시간은 언제 올까.










Posted by 은하_ :